#1 복잡한 세상, 음악가로 살자 : 복세음살

예비예술인 양하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해금을 전공했고, 현재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단원으로 일하고 있는 예비 예술인 양하은입니다.


Q현재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사실 저는 국악을 전공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서양음악에 많이 노출되었어요. 어머니께서 클래식 음악을 늘 듣고 계셨거든요. 세 살 때 토이 피아노로 7음계를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 동요를 따라치던 그 때 제가 절대음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저는 처음 음악을 접한 건 피아노를 통해서였어요. 한빛맹학교에 들어갔을 때에 반에 8명 중 2-3명은 절대음감이었기 때문에 그런 점이 제게 특별한 것이었다는 것을 잘 못 느꼈어요. 그리고 음악이라는 길이 각자 해석이 들어가는데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시고 비장애예술인으로 살아가기도 힘들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제가 음악 하는 걸 반대하셨답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음악은 친구처럼만 지내고 교사가 되려고 했었어요. 그러던 중 해금을 만난 건 6학년 때 동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된 때였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해금 소리보다는 바이올린 소리가 더 익숙해져있어서 해금이 뭐랄까요… 지금처럼 좋게는 안 들렸어요. 그런데 동이를 보면서 그 때 나온 해금 소리가 묘하게 제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해금을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미국으로 가서 교회와 다른 곳들을 방문하면서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연주를 하러 다니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그때 만난 교회 구성원 중 한 분께서 나눠주신 이야기가 제게 여전히 동력을 주고 있어요. 음악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신데, 백혈병으로 투병 중에 병원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그 순간 활기가 도는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시면서 제게 화려한 곳에서 연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곳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인지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씀이 여전히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그때의 저는 사회적 음악가라는 키워드는 잘 몰랐지만, 이러한 연주자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저는 해금을 전공해서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음악을 선보이고, 소외계층을 위한 연주를 많이 하러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에 이제 전공을 하고자 마음먹고 레슨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크게 반대를 하셨어요. 예술가로 살아가기는 너무 힘들고,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음악을 계속 취미로만 하기를 바라셨어요. 사실 그때는 제가 소질이 없는 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줄 알고 좌절했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네요(웃음).

Q. 예술가가 아닌 사람과, 음악으로 교류했던 경험이 있다면?
A.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공연이 학교나 청소년 쉼터, 병원과 같은 곳에 찾아가서 하는 공연입니다. 국악이라는 장르가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늘 하면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연주를 다니면서 특수학급 선생님들이 감사하다는 내용의 짤막하지만 점자로 써주시는 편지와 공연 후기들을 홈페이지에서 읽다 보면,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관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공연 마치고나면 받는 후기들을 늘 읽곤 하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후기글이 있었어요. 학교 공연이었는데, 국악 전공이신 음악선생님께서 공연 감상평을 보내주셨어요. 그 글이 뭉클했고, 여러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Q. SEM부트캠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공연을 하다 보면 해금이 할 수 있는 음역대가 많다 보니 크로스오버 장르의 레퍼토리가 많아졌는데, 그러다 보니 제가 해금연주자로서 도태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점차 제가 전통적인 곡과 크로스오버 곡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지더라고요. 부트캠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변 지인들을 통해 자주 들었고, 제가 관심 있게 보던 앙상블리안 인스타그램에서 부트캠프 공고가 올라왔기에 부트캠프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가 할 수 있는게 있을지, 장애예술인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청서라도 한 번 봐보자 하는 마음에 신청서를 열어보았는데, 장애예술인과 비장애예술인을 확인하는 항목에서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신청서를 쭉 읽었는데 여러 프로그램을 다루는 복세음살 프로그램을 보고 과연 내가 소화할 수 있을지 다시금 고민이 되었지만, 지인에게 용기를 얻게 되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Q. SEM부트캠프에서 인상적이었던 사람 혹은 경험(순간)들 

A. 부트캠프에서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인상적인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면접 때였어요. 심은별 대표님은 장애예술인들과 음악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고 계신데, 그래서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이미 이전부터 굉장히 궁금한 분이셨어요. 그러다가 면접 때 딱 만나 뵈었는데 저한테 진짜 현실적인 질문들을 많이 하셨어요. 기획을 하려면 시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도움을 주실 분이 계신지와 같이 정말 초초 초현실적인 질문들! 면접 마지막에 “하은 님이 합격을 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장애 여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감동이었어요. 색안경을 끼지 않고 저를 다른 이들과 동등하게 대한다는 뜻이었으니까요. 제가 다른 장애인 기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어서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어요. 그리고 OT 날 오게 되었는데 명찰에 점자 스티커가 붙어있는 거예요. 그때 저는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여기서 그저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의 대상 그 이상으로 한 인격체로 대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이해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모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곳, SEM 부트캠프에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평등하게 존중받고 있습니다.


Q. 하은님에게 SEM(Socially Engaged Musician)이란 어떤 음악가인가요? (사회참여적음악가라는 키워드에 있어서 원래 가졌던 생각과 변화)
A. 사회참여적음악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너무 생소했어요. 그런데 찬찬히 되돌아보니 이미 저는 사회참여적음악가로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음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제 활동이 바로 사회참여적음악가가 할 일이더라고요. 음악을 통해 제가 가진 예술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참여적음악가가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그 어떠한 장벽 없이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연결 통로를 만드는 것이 사회참여적음악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회참여적음악가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A. 사람들에게 양하은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고, 그들이 나를 바라볼 때에 시각장애인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장애인이라는 것은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나는 음악가로 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사회구성원들에게 양하은이라는 음악가를 소개하는 것이 제가 가져야 할 방향성이에요.


Q. 음악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 시기와 극복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절대음감이라는 것이 제가 국악을 할 때 방해요소로 작용하더라고요. 국악은 평균율이 아니고, 음간이 서양음악과 달라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민요를 밥 먹듯이 듣는 동기를 보면서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과연 그만큼 해금을 좋아하는지 회의감까지 들더라고요. 입시를 위해 매일 같은 곡을 하다 보니 지겹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어요. 남들보다도 국악을 싫어하는 것 같고 음악을 이럴 거면 취미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음악을 놓고 다른 걸 시작했어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도 해보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해보면서 완전히 다른 활동들에 주력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어떤 선생님이 산조를 연주하시는 걸 들었는데, 완전히 음악에 몰입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다시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선생님께 찾아가서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분께 찾아가서 배우기 시작했고, 제가 정말 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치면 그 일을 단호하게 중단해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진심으로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음악을 중단했던 그 시기를 통해 제 진심을 되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콩쿠르에 나갔었는데, 다른 참여자들의 연습 소리를 들으면서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그때 공황상태가 지속되어서 아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도 떨렸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시험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긴장될 때면 ‘사람들은 나의 관객이고 나의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 조금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저는 공연 보러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전통음악을 전공한다고 해서 그런 공연만 보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클래식, 종교음악 CCM 콘서트처럼 다양한 음악을 들으려고 해요. 공연 진행이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제 공연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 볼 수 있고, 제가 공연하면서 뿜었던 에너지를 다른 분들 공연을 보면서 다시 받아올 수 있더라고요.


Q. 앞으로의 활동계획
A.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음악가 양하은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예술단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과의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예술인 간의 네트워크 구축이 정말 필요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작곡 중에 편곡에 관심이 많은데요. 재즈와 국악을 접목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조만간 일본 도야마 현에서 열리는 “Sukiyaki meets the world 2023” 페스티벌에 참여하러 갑니다. 국악을 선보이러 가는데요. 그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돌아오는 게 제 가장 가까운 목표입니다. SEM부트캠프 복세음살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맡은 공연도 열심히 하면서 이제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단원이자 더 나아가 한 음악가로서의 양하은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해 보고 싶어요.

DATE 2023. 8. 8.
Interviewer 박소현(SEM부트캠프 예비예술인)

예비예술인 양하은님의 예술활동

'서용석류 해금산조'_관현맹인전통예술단 "10년을 넘어" 『발밤발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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