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술, 어떻게 누구와 만날까

예비예술인 이서현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서현입니다. 현재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대학원에서 피아노교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음악교육 분야를 비롯하여 연주, 기획, 작곡, 무대연출 등 음악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SEM 부트캠프에서 여러 현장음악가와 예비예술인 동료를 만나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 mbti는 istp에요!


Q현재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할머니 집에 피아노가 있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접했어요. 이모들에게 여러 곡을 배우기도 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따라 음악 학원에 놀러 갔는데, 거기에 여러 음악 기호가 그려진 주사위가 있었어요. 그런데 8분음표가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꼬리 모양이 무척 예뻤어요. 음악에 흥미가 더욱 생겨서, 부모님께 먼저 학원에 보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죠. 그렇게 별 고민 없이 쭉 정말 좋아하는 피아노에만 몰두해 왔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니 대학과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가 정말 피아노가 좋은 건지, 아니면 그저 어릴 때부터 해왔을 뿐인 건지 고민하게 되었죠. 그래서 1년 동안, 피아노에서 거리를 두고 정말 하고 싶은 게 뭘까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여러 다른 분야를 탐색해 봤는데, 역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고,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어요. 그래서 결심을 굳히고 제대로 피아노 전공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교육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이쪽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가르치는 일은 저와는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어쩌다가 잠깐 강사 일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적성에 잘 맞았어요. 그래서 교육 분야를 더욱 깊게 공부해 보기로 했죠.

Q. 예술가가 아닌 사람과, 음악으로 교류했던 경험이 있다면?
독일로 음악 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감사하게도 활동 과정에서 직접 연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 작은 마을에서 연주하게 되었는데, 마을에 많은 이웃 분들이 연주를 보러 와주셨어요.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음악을 주제로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가 연주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국적도 다르고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모두 제 연주에 귀를 기울여 줬죠. 긴장도 많이 되었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더불어 독일의 여러 문화도 함께 배울 수 있었던, 정말 뜻 깊었던 경험이었습니다.

Q. SEM부트캠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 교류를 하게 되었어요. 아는 건 공유하고 모르는 건 배워가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죠. 관심 있는 분야도 혼자의 힘만으로 알아가는 것보다 함께 경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알아가는 게 훨씬 재밌고 또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요즘 "내가 음악인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는데, 이번 부트캠프의 키워드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예비예술인",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 탐색하기". 그래서 망설임 없이 바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예누만' 그룹에 참여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경험들이 제게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남은 활동 기간 동안 더욱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Q. SEM부트캠프에서 인상적이었던 사람 혹은 경험(순간)들 

A. 지금까지 했던 활동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었는데, 그중에 한 가지를 골라 보자면 첫 오리엔테이션 때가 기억에 남아요. 합격 통보를 받고 첫 만남까지 매일매일 설레며 기다렸었거든요. 현장 음악가분들과 홍지혜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들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천필재 현장 음악가님이 "저도 여러분과 똑같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앞으로의 제가 어떻게 성장해 나아갈지, 또 얼마나 더 크고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지 기대하게 되었어요. 홍지혜 교수님께는 음악가로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배워갈 수 있었죠. 그리고 저희 그룹 동료들도 무척 멋진 것 같아요.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가 배워갈 점들이 많다는걸 느꼈어요.


Q. 서현님에게 SEM(Socially Engaged Musician)이란 어떤 음악가인가요? (사회참여적음악가라는 키워드에 있어서 원래 가졌던 생각과 변화)
A. 예전엔 '사회 참여적 음악가'라는 이름은 모든 사람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음악가분들만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지도가 큰 만큼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동안 여러 번 연주를 진행하고 또 이번에 SEM 부트캠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변화하게 되었죠. 저도 '사회참여적 음악가'로서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회 참여적 음악가란 '음악으로 사회 구성원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삶에 좋은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사회참여적음악가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A. 사람들이 다소 어렵게 느끼는 클래식 음악을 쉽게 설명하고 안내해 줌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또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리고, 물론 정말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좀 더 사람 개인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우울할 땐 행복해질 수 있도록, 피곤할 땐 편히 잠들 수 있도록요. 적어도 듣는 순간만큼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Q. 음악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 시기와 극복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슬럼프를 자주 겪곤 했어요. 열심히 연습해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여러 방법을 시도해도 앞으로 전혀 전진하질 못하는 것 같을 때 아무래도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요, 늘 재미있던 피아노도, 기대하며 준비해온 곡들도, 곧 다가올 연주회도 무겁고 커다란 짐처럼 느껴졌고요. 그런데도 다른 걸 하면 괜히 죄책감이 느껴져서, 온종일 연습실에 앉아만 있곤 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 내가 너무 좋아하는 피아노가 이렇게 점점 싫어져야만 하지?' 그래서 조금씩 극복해보기로 했어요. 잘 안 풀릴 땐 잠시 연습실을 벗어나 산책을 하고 맛있는 걸 먹으며 기분을 풀었죠. 친구들에게도 연습 방법을 물어보며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결과물만 바라보지 않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연습하며 점점 변해가고 성장하는 제 모습과 소리에 집중하며 즐겨보려고 했어요.

예전에는 완성된 결과만을 쫓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제가 연주하는 걸 녹음해서 들어보라고 했죠. 처음에는 왜 그래야 하나 싶었어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한번 제 연습 과정을 기록해 보니,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조금씩이더라도 확실하게 변하고, 나아지고 있더라고요.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했지만, 난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구나, 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지금도, 모든 게 다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진 않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즐겁게 보내려고 하고 있답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
A. 최근에 학부 동기들과 함께 <이음 앙상블>이라는 연주단체를 만들었어요. 올해 11월에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단체명은 음악을 통해 사람을 연결해 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는데요. 학생들은 아무래도 졸업 후엔 연주 기회가 적어지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마음 맞는 동기들끼리 함께 연주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모였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살던 지역은 서울이나 광역시보다 상대적으로 연주 기회가 적거든요. 특히 클래식 공연은 더욱 없고요. 그러다 보니 공연을 활발히 해서 사람들이 클래식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 같이 했죠. 그래서 다양한 연주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과 악기에 대해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또 지역 예술가들이 본인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네 명의 피아니스트로 시작하는데요, 앞으로 수많은 연주자와 만나 함께하며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제 곧 첫 걸음을 내딛을 이음 앙상블의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instagram.com/i._.eum?igshid=NTc4MTIwNjQ2YQ==)

일단 올해 하반기에는 그렇게 앙상블 창단에 집중하고, 또 학업에 힘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가 여럿 있거든요. 음악교육 분야에서는, 지금 학교와 학원에서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즐겁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창의적인 수업방식을 만들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또 연주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 재즈 실용반주도 배우고 있고요. 아직은 낯선 부분이 있지만, 언젠가 라이브로 공연하게 될 날이 오면 좋겠어요. 원래 저는 한 우물을 파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우선 교육 쪽에 집중해서 음악을 재밌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 관련된 일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배울 게 많은 병아리 같은 저이지만, 말씀드린 것들 외에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에 음악을, 그리고 교육을 배우게 된 계기가 다시금 떠올랐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의 즐거움을 남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초심을 잃지 않고 힘껏 노력해서, 언젠가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예술적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DATE 2023. 8. 21.
Interviewer 윤재호(SEM부트캠프 예비예술인)

예비예술인 이서현님의 예술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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