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Tonegray Project: 톤그레이

현장음악가 천필재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작곡가 천필재입니다. 저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음악, 성우 디렉팅,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미디어아트나 대중음악 무대음악 작곡과 사운드 디자인 일도 겸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협업자들과 함께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일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톤그레이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4년전 부터 협업자들과 작업해온 결과물들을 창의적으로 재 해석하고 조합하여 장애인 미디어 음악교육을 진행하고, 이들과 함께 하는 전시 공연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Q각 창작그룹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의도가 무엇일까요? 
A. 톤그레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의 작업물을 재구성, 재배치하여 사회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처음에 톤그레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술가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이 한 번의 연주, 전시만으로 끝나는 게 무척 안타까워서였어요. 그런 작품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발상에서 출발했죠. 좋은 작품들을 사회적으로 활용하고, 또 그 결과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 생겨나며 순환하는 예술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미디어아트와 관련된 네트워킹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었죠. 팀을 이루어서 작품활동을 했는데, 당시 관심 있었던 인터렉티브 음악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었어요. 당시에는 설계와 시연 단계에서 그쳤었는데, 활동이 끝난 뒤 함께했던 멤버들을 주축으로 시작된 게 바로 톤그레이 프로젝트입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하나둘씩 모이다 보니 지금은 작곡가와 미술가, 미디어아트와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함께하는 팀이 되었어요.

Q. 예술가가 아닌 사람과, 음악으로 교류했던 경험이 있다면?
지금 함께하고 있는 장애인 연주자 중엔 예술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들에게 음악과 미술로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드리고, 또 그분들이 예술과 함께하며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보며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한 번은, 발달 장애인 한 분이 공연때 꼭 랩을 해보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었어요. 믿고 맡겼었는데 회차마다 가사가 다 달랐음에도 매번 무대에서 너무나 빛나는 모습이었어요. 나중에 일생의 소원을 풀어줘서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누군가에게 예술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거든요. 그러한 꿈을 이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뿌듯합니다.

Q. SEM부트캠프의 예비예술인들을 만난 첫 소감
A.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지난 시절의 저 이상으로 열정적이고 다재다능합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과 준비도 철저한 것 같구요. 제가 멘토의 입장에서 무언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지금 함께하고 있는 톤그레이 팀원들은 프로젝트에 바로 합류하셔도 될 만큼의 뛰어난 실력과 비전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파트너로서 성장가능성이 넘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저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요.


Q. SEM부트캠프에서 인상적이었던 사람 혹은 경험(순간)들 

A. 우선, 복세음살 심은별 대표님은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일을 시작했는데, 엄청난 에너지와 빠른 손, 넘쳐나는 열정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에요. 저도 일로 따지면 상당한 중독자인데 저보다도 한 수 위인 것 같아요. 연주와 일을 병행하시면서 엄청난 진행력으로 많은 일들을 계속 잘 진행하시는게 너무나 감탄스럽습니다. 함께 하는 복세음살 팀원들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셨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톤그레이 팀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번에 팀원들의 작업엔 제가 거의 간섭하지 않았거든요. 전체적인 진행과 경험 공유, 가끔 막힐 때 약간의 조언을 해줬던 것 뿐, 나머지는 전부 팀원들의 아이디어에요. 톤그레이는 예술가의 예술성을 해치지 않고 각자가 가장 잘 하는 예술로 소통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추구해요. 이번에도 다들 얼마나 재밌게, 새롭게 해낼 수 있을까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팀을 구성할 때도, 일부러 서로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들끼리 함께하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제 상상 이상으로 다들 함께 어울리며 잘 해나가더라고요. 생각하지 못했던 놀랍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보여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Q. 필재님에게 SEM(Socially Engaged Musician)이란 어떤 음악가인가요? (사회참여적음악가라는 키워드에 있어서 원래 가졌던 생각과 변화)
A. 저는 처음엔 인터뷰를 통해 SEM 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원래 가요와 아동용 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했었기도 하고 취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자장가 프로젝트에 두 번 참여했었어요. 저도 한 명의 부모로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함께 작업한 어머니가 만족하시는 걸 보며 흡족하기도 했죠. 좋은 일은 함께하면 더 즐겁다는 진리를 몸소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SEM 부트캠프에도 톤그레이 프로젝트로 함께하게 되었죠. 사회 참여적 예술가는 그저 고민만 많이 하고 연구하며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과 공유를 통해 이루어지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부트캠프에 참여한 분들도 다들 공감하실 것 같네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면, 분명 어딘가에 내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들과 교감하고,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함께하는 게 바로 사회참여적 음악가가 아닐까요. 이러한 점이 톤그레이 프로젝트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Q. 사회참여적음악가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A. '사회참여적음악가' 라는 단어의 구성을 보면, '음악가'가 가장 큰 주제에요.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음악가, 예술가로서 우선 진중하게 연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돼요.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하면서, 그 다음에 작은 나눔과 실천을 통해 사회참여를 해나가는거죠. 그래서 톤그레이 프로젝트에서도 각자가 가장 잘하고, 또 하고 싶은 예술을 합니다. 자신의 음악, 자신의 예술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거죠. 정리하자면, '사회참여'만을 위해 음악하지는 말자, 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요즘의 예술가는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세상을 맞추기보다는 세상에 나를 맞추는거죠. 주변의 모든 게 정말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잖아요. 그 변화에 맞춰, 나의 역할을 계속 민첩하게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우선 먼저 성공하는 것, 일단 한 분야를 끝까지 파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여러 분야를 접할수록 그만큼 기회도 늘어나고, 또 더욱 새롭고 다양한 가능성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함께 작업하며 쉬지 않고 계속 변화에 따라가는, 그런 음악가를 추구하고 있어요.


Q. 음악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 시기와 극복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주기적으로 번아웃이 옵니다. 많은 일과 많은 다양성을 예술가로 소화하려면 끊임없는 자극과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몇가지 규칙을 지킵니다. 첫 번째로 잠은 꼭 집에서 일정한 시간을 자고, 두 번째로는 일이 하루 정도 계속 진행이 안 된다면 전시나 공연, 혹은 서점이나 도서관 등에 가서 완전히 다른 파트의 뇌를 자극하려 합니다. 음악도 좋지만 저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세 번째는, 톤그레이 프로젝트에서 답을 얻었는데요. 제가 가진 재능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에게 나의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걸 깨닫자 제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이 느껴져 여러 위기를 극복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도 많이 이야기하곤 해요. 분명 자신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요. 그리고 처음 톤그레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서 압박이 컸었어요. 원래 방향성이 장애인의 교육만을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었고 그저 첫 단추로 함께하게 된 것이었는데, 잘 알지 못하니 다소 어려움이 있었죠. 그러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개념적인 장애는 단면만을 보여주기에,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게 많다는 것을요. 그래서 아예 함께 생활하며 직접 느껴보자는 생각에 다같이 워크샵을 갔었죠. 거기서 무척 놀랐어요.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들 잘 드시는 걸 보면서 우린 약간 다를 뿐, 욕구도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죠. 예술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술에 대한 욕구도 저랑 똑같아요. 그저 우리가 알고 접하는 예술이 비장애인의 틀에 맞춰져 있을 뿐이죠. 장애인을 위한 예술은 아직 개발이 덜 되었거나 덜 알려졌을 뿐이에요. 마치 왼손잡이용 기타가 최근에야 개발되고 보급된 것처럼요. 장애인들과 일상을 함께하며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불편함에 어떻게 대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많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좀 더 폭넓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청각장애인들에게 어떻게 음악을 교육하고, 또 그들이 어떻게 하면 음악을 향유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중이에요.


Q. 앞으로의 활동계획
A. 톤그레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료들과 함께 사업도 더 성장시키고, 작품 활동도 계속하며 범위를 넓혀 가려 합니다. 지금까지 함께해온 동료들과 앞으로도 계속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에요. 그리고 좀 더 예술가들의 협업과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로 제안을 올리고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장애인 분들 중에서 사무 관련 일을 잘하는 분들이 또 많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함께 해주신 장애인 참여자 예술가들까지 포함하여 사회적 교육 기업을 구성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함께 장애인 교육 사업 기획을 해보고, 가능하면 상업적으로 해외에까지 진출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저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합니다. 나이, 경력과 상관 없이 누구든 언제든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예술가와 함께 만나며 많은 작업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다양한 분야를 거쳐오다보니 '나의 음악'을 모아서 앨범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지만요(웃음) 저는 언제나 저를 소개할 때, '음악하는 천필재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꽤 오랜 세월 음악과 함께해 왔는데요. 아직도 음악을 계속 하고, 또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무척 기뻐요. 그래서 어쩌면 '음악해서 행복한, 음악을 해서 다행인 천필재'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DATE 2023. 9. 9.
Interviewer 윤재호(SEM부트캠프 예비예술인)

"그 누구보다도 젊게, 늘 변화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는 천필재 선생님의 인터뷰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부모님처럼 느껴져서 너무 즐겁고 또 영광이었습니다. 언젠가 또 선생님과 꼭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겠습니다!"

현장음악가 천필재님의 예술활동

<Tonegray Proj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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